나의 시

달맞이꽃

주혜1 2008. 6. 6. 23:33
 

달맞이꽃 
        김주혜 

보름달이 뜨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작 보름달이 떠오르면 서성이다 놓쳐버린 사람, 
보름달이 스러질 때 지구 반대편으로 사라진 사람. 
자작나무 숲보다 깊은 가슴을 가진 사람.
해바라기 긴 그림자보다 더 외로운 사람. 
어둠 속에 갇힌 나에게 심보르스카의 시를 읽어주며 
달빛 천지로 만든 사람. 
가끔 꿈속에 빙하가 되어 벌겋게 벗어진 상처를 달래주며 
흘러흘러 서쪽으로 사라진 그 사람을 위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르며
밤마다 바다를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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