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팡세’가 그리스도교의 변호론, 신앙에 관해서 지성을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를 논술한 참된 호교론(護敎論), 즉 신앙에 대한 이성적 근거를 철학적으로 논술한 저서가 될 예정이었음은 분명히 한다.
팡세는 완성된 서적이 아니라 파스칼의 뇌리를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아놓은 책이다.
재료들을 나열한 단편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단편을 종합하고 분석하는 것은 독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팡세의 수만은 단편 중 347이 보석처럼 빛난다.
팡세 347
인간은 한 개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 가운데 가장 약한 갈대이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를 부수는 데는 전 우주가 무장하지 않아도 된다. 한줄기 증기, 한 방울의 물을 가지고도 그를 죽이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부순다고 해도, 인간은 자기를 죽이는 자보다 존귀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사실과 우주가 자기보다 힘이 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우주는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존엄성은 사고 속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공간이나 시간에서 채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인간은 잘 사고하도록 힘써야 한다. 여기에 바로 도덕의 원리가 있다.
인간은 ‘한줄기 증기, 한 방울의 물을 가지고도’ 죽일 수 있는 한없이 연약한 존재이지만 우주보다 존귀하다.
그것은 우주가 인간을 소멸시켜야할 이유를 모르고 거대한 위력만으로 인간을 부수려드는데 반해 인간은 자신이 연약한 존재임과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유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아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인간은 갈대처럼 연약하지만 생각을 통해 위대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사유를 통한 앎’이 인간을 어떤 존재로까지 진화시킬지 신비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