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할미꽃

주혜1 2009. 3. 30. 13:02

 

 

                         

                                          할미꽃

                                                            김주혜 

 

 아버지는 내가 갈 때마다 늘 새로운 걸 보여 주신다.

        싸리나무 한그루를 키우시어 마당을 쓸 때마다  생각나게 하시고

        청띠 신선나비와 사슴벌레 한 쌍은

 멋진 박제로 남아 간간이 산속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하늘 닿을 듯 높은 산을 올려다보며 나는

 올해는 어떤 걸로 나를 반기시려나

        철없는 아이처럼 칭얼대며 아버지 집 앞에 다다르니

 키 작은 상수리나무 열매가 제 먼저 알아보고 숨바꼭질 하잰다.
 못 보던 야생화는 짙은 화장을 하고 헤프게 웃고 있다.
 '아버지는-?' 가늘게 눈 흘길 때  '옛다.' 하며

        발 밑에 던져 주시는 꽃을 보고, 나는 왈칵 눈물이 솟았다.

 보송송한 수염속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자줏빛 할미꽃.
 아버지는 나를 기다리시느라 목이 아프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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