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구름패랭이/ 이기애

주혜1 2010. 8. 13. 08:21

구름패랭이

                 이기애

 

 떠도는 것 어디 그대뿐이겠습니까

 

돌아보면 다 떠도는 풍경

 

온통 들떠서 떠돌다가도 불쑥

 

뿌리내리면

 

가문 어느 땅인들 꽃 피우지 않겠습니까

 

무엇이든 마음먹기 달렸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부질없다, 부질없다 여겼던 곳에서도

 

연필심 같은 사랑이 쓱트고

 

사각사각...

 

연필 깎는 소리

 

자잘한 풀잎들 몸 부비는 소리

 

이처럼 세상은

 

살아 있다고 무수

 

히 터뜨리는

 

소리의 자국들

 

그대를 거쳐 그대가 확인했던 가슴을 거쳐

 

백지 한 장보다 못하다는

 

詩 한 편

 

하늘에 남기겠지요

 

최근 타계한 시인 이기애씨의 약력;

 월간 시 전문지 심상 등단. 한국문학세계화추진본부. 국제펜클럽 사무국장 역임. 한국시인협회 기획위원.

국제펜클럽 문화정책위원. 도서출판 '씨앗' 발행인. '시 아름다운세상' 창작교실 지도시인.

시집 '내 안 가득한 당신'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