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랑/ 시몬느 베이유

주혜1 2010. 10. 27. 10:28

사랑
                  시몬느 베이유


사랑은 말한다, 받아들이라고.
그러나 내 영혼은 의심과 죄에 싸여 뒷걸음친다.
하지만 눈치빠른 사랑은
내가 들어가려다가 물러서는 것을 보고
다가와서 상냥하게 물었다.
무엇이 부족해 못 들어오느냐고,
저는 여기에 들어갈 만한 손님이 못됩니다.
하고 대답하자 사랑은 말했다.
그대가 바로 그 손님이 되리라.
나는 인정머리 없는 배은망덕한 자일까?
아, 사랑이여,
나는 당신을 바라볼 수도 없습니다.
사랑은 내 손을 잡고 웃음을 띠며 말했다.
나말고 누가 그대의 눈을 만들었을까?
그렇습니다. 하느님, 저는 눈을 망쳐 버렸습니다.
수치스러워 저는 어디로든 가야겠습니다.
절 버려두십시오.
사랑은 말했다. 누가 그 멍에를 졌는지 모르느냐고?
사랑이여, 그렇다면 제가 몸을 바치겠습니다.
ㅡ자, 앉아서 내 살을 먹어라. 사랑은 말했다.
나는 앉아서 그리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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