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론
김나영
다 꺼내봤자 세치 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아이 눈에 박힌 티끌 핥아내고
한 남자의 무릎 내 앞에 꿇게 만들고
마음 떠난 애인의 뒤통수에 직사포가 되어 박히던,
이렇게 탄력적인 연장이 또 있던가
어느 강의실, 이것 내두른 댓가로 오 만원 받아들고 나오면서
궁한 내 삶 먹여 살리는
이 연장의 탄성에 쩝! 입맛을 다신다
맛이란 맛은 다 찍어 올리고
이것 이리저리 휘둘러대는 덕분에 내 몸 거둬 먹고 살고 있다면
이처럼 믿을만한 연장도 없다
궁지에 몰릴 때 이 연장의 뿌리부터 舌舌舌 오그라들고
세상 살맛 잃을 때 이 연장 바닥이 까끌까끌해지고
병에서 회복될 때 가장 먼저 이 끝으로 신호가 오는
예민한 이 연장,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사마천은 이것 함부로 놀려서 궁형의 치욕을
한비자는 민첩하게 사용 못한 죄로 사약 받고 죽었다는데
잘못 사용하면 남이 아니라 내게 먼저
화근이 되는
가장 비싸면서 가장 싼
천년만년 녹슬지 않는
붉은 근육질의 저!
시집 ...수작 (애지 )에서
김나영 시인 ..... 1998년《예술세계》등단
2006년 시집,『왼손의 쓸모』 천년의 시작 2010년『수작』애지
2005년,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재학
출처 : 오래된 마당
글쓴이 : 초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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