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두 번째 심장/ 차주일

주혜1 2011. 3. 14. 08:46
차주일, 「두 번째 심장」 
 
내 심장은 부모의 발걸음 소리였다. 그러나
너를 처음 본 순간
멎었던 내 심장은 새로운 박동을 시작했다
멎음이 만들어낸 박동에
내 숨은 산모의 신음처럼 팽창하였고
네 첫 심장의 마지막 박동은
내 두 번째 심장의 첫 박동이 되었다
사랑은 내 몸에서 너의 맥이 생존하는 동안
내 심장은 너의 발걸음 속도로 뛴다
너는 발자국을 마음으로 승화시키기에
나는 네가 오는 단 한순간을 놓친 적 없다
텔레파시가 영원한 기다림 중의 한순간임을 알게 된 나는
발걸음과 마음이 한 호흡임을 말하지 않는다
심장은 온몸을 고막으로 탈바꿈시킨 사람의 성대
내 온몸 내떨게 하는 음파를 밟아가면
내 발걸음 멈출 곳에 너는 이미 와 있다
우리란 발걸음을 소진한 곳에서 마주선다는 말
우리는 가슴을 심실처럼 맞대고
네 팔을 대동맥과 폐정맥처럼 휘감는다
포옹은 심장의 형상으로 멎은 마음의 요람이다  
 
시_ 차주일 - 1961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냄새의 소유권』이 있음.
낭송_ 송지인
출전_ 『냄새의 소유권』 (천년의시작)
음악_ 배기수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