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고 있어라.>
8월31일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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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명심 하여라, 도둑이 밤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깨어 있으면서 도둑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종에게 자기 집안 식솔들을 맡겨 그들에게 제때에 양식을 내주게 하였으면, 어떻게 하는 종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가 못된 종이어서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어지는구나,’하고 생각하며, 동료들을 때리기 시작하고 또 술꾼들과 어울려 먹고 ! 마시면,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위선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마태24,42-51)
서방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던 수도원이 점점 쇠락하기 시작하자 지원자들이 줄고, 몇 명되지 않는 수사들이 수도원을 지키고 있을 때 사람들이 영적 목마름을 채우려고 더이상 수도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때 수도원의 아빠스는 히말라야 동굴에서 묵상하고 있는 흰두교 스승인 구루를 찾아가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것이 수사들의 죄 때문인지를 물었습니다. 구루는“그렇습니다. 당신들의 무지한 죄 때문입니다. 당신들 수사 중 한 분이 변장하신 ‘예수님’이십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그분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구루는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아빠스는 수도원으로 돌아오면서 수사님들을 한 분 한 분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든 분들이 장점도 있고, 결함도 많은 분들이었는데 원장 수사가 ‘메시아’일까? 그렇다면 제의 방 수사? 아님 문지기 수사 혹시 주방수사 그렇다면 누구일까? 생각하며 수도원에 돌아와서는 수사 모두에게 그 사실을 말했습니다. 그 때 수사들은 변장한 예수님을 의식하고 항상 모든 분들을 예수님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대하듯이 말입니다. “정말 모르지, 어쩌면 이 분이 정말 그 분이실지 몰라.” 그 후 수도원의 분위기는 기쁨에 넘치게 되었고, 많은 지원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영적인 지도를 받으러 수도원 성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성당에도 변장하신 예수님께서 말썽꾸러기처럼, 아주 가난한 소경으로, 그리고 일주일 이상을 굶은 듯한 노인으로, 시끄럽게 떠들며 돌아다니는 꼬마로, 성가를 엉터리로 불러 분심을 돋게 하는 사람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봉사자로, 회장님으로, 교리교사로 변장하시고 몰래 찾아오십니다. 매일 미사에 아무도 없는 성당에 혼자 의자에 감춰 계시기도 하고, 냉담한 신자와 함께 낚시를 가시면서 본당 신부님을 욕하는 사람으로 변장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그 분의 변장술은 어떤 마술사도 흉내 낼 수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 분은 지금 당신의 식솔(食率)을 우리 모두에게 맡기셨습니다. 식솔이란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 모두를 말합니다. 하느님의 식솔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지요.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양식인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식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고에 간직하고 있는 양식을 제 때에 꺼내서 음식을 만들어서 제때에 식탁에 차려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도 굶거나 양이 부족해서 배고프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육체의 양식뿐만 아니라 영혼의 양식까지도 부족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항상 깨어 있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대학에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단계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성의(誠意)의 단계에 들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즉 세상 만물을 통해서 하느님의 계시를 깨닫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알았다면, 이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성의(誠意) 있게 모든 일을 신의성실(信義誠實)로 맡겨진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성실하게 사는 것을 오늘 주님께서는 강조하시는 것이죠. ‘계집 때린 날 장모 온다.’라는 속담에서처럼 항상 잘 살다가 꼭 주님께서 우리를 불러 가시거나 우리에게 오시는 날 잘못하여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갈라져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지계(斷機之戒)란 말이 있는데 이는 공부를 하다가 중도에서 그만두고 돌아 온 자식에게 어머니가 짜던 베틀에서 가위로 씨줄과 날줄을 모두 끊어 버리면서 <중도에서 그만두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살았어도 순간적으로 주님께서 찾아오셨을 때 중단하고 있거나, 한눈을 팔고 있거나, 다른 유혹에 빠져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는 아주 불쌍한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애써서 짜 놓은 모든 옷감이 쓸모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형국이 되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많이 살았습니다. 철이 들만큼도 살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만큼 살았습니다. 세상의 눈치도 잘 볼 수 있을 만큼 살았고, 주님의 말씀도 이해할 만큼 살았습니다. 이제는 눈치 코치도 아주 높은 단에 올라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늘 주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직 저희의 탓입니다. 이제는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성의로써 세상을 살아야 할 때입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9월 순교자 성월입니다. 순교자들과 같이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저희에게 항상 깨어 있으라고 강조하시는 좋으신 주님! 저희가 그 동안 당신의 가르치심을 소홀하게 생각하고 항상 엉터리로 세상을 살았나이다. 언제나 잠들어 있었고, 불성실한 종으로 흥청망청 살았나이다. 주님은 여러 모습으로 매일 저희 곁에 사시고 계심도 모르고 방약무인(傍若無人)의 자세로 살았나이다. 그래서 그나마 아주 조금 만들어 놓은 모든 공로도 다 까먹고 아무 쓸데도 없는 것으로 만들었나이다. 자비의 주님, 저희의 모든 허물을 용서하시고 당신의 자비와 사랑으로 항상 깨어 있게 하소서. 저희에게 이 모든 세상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허락하여 주소서. 사랑의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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