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박항률의 새벽
선문답禪問答
김 주 혜
어느 날, 잠자리는 다섯 살 꼬마에게 꽁지가 잘린 채 어릴 때 떠난
물가로 돌아왔습니다. 빛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하던 투명한 날개는
찢겨져 그늘져 내리고, 늘어진 머리에 달린 커다란 눈망울은 그렁그렁
젖어있습니다. 빠른 비행술과 날렵한 몸, 홑눈에 2만 8천 개의
겹눈까지 갖추고도 날개 한 번 접어보지 못한 채 꼬마 손끝에 잡힌
까닭은 알 수 없습니다.
잠자리는 나에게, 나는 잠자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시인정신 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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