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고사목

주혜1 2012. 9. 6. 01:11

 

                      

 

고사목

 

                     김주혜

 

 

 

나무도 가슴 아픈 말에 슬퍼서 죽는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사랑이라는 말

한 마디 전하지도 못했는데

캄캄한 어둠속에 갇혀 움틀 줄 모르는 나무

 

 

어머니가 나를 떠났을 때

나의 일부도 내게서 떠나버렸다

한생을 옹이진 자식 걱정으로 건너온 길

 

 

그 수많은 길들이 산맥을 이루고

그 산맥이 바람소리를 만들고

소리는 바다를 건너와 물을 끌어왔다

 

 

물의 푸른 속살이 삭정이 가지를 흔든다

얼핏 나무결 틈새로 나이테의 무늬가 보였다

아주 조금씩 물관을 타고 나무가 깨어나지 않을까

 

 

얼마나 더 아수라를 건너야 아늑한 세상에 가닿을까

내 몸이 나이테와 나이테 사이에 물길을 만들어

내 가슴에 고인 물소리를 울리게

 

 

이제 돌아가자

가서 내 안에 어머니시간의 결이

새로운 무늬로 솟아나 가슴 떨리게.(201209)
   


배경음악: 구스타프 랑개의 "꽃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