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김주혜
나무도 가슴 아픈 말에 슬퍼서 죽는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사랑이라는 말
한 마디 전하지도 못했는데
캄캄한 어둠속에 갇혀 움틀 줄 모르는 나무
어머니가 나를 떠났을 때
나의 일부도 내게서 떠나버렸다
한생을 옹이진 자식 걱정으로 건너온 길
그 수많은 길들이 산맥을 이루고
그 산맥이 바람소리를 만들고
소리는 바다를 건너와 물을 끌어왔다
물의 푸른 속살이 삭정이 가지를 흔든다
얼핏 나무결 틈새로 나이테의 무늬가 보였다
아주 조금씩 물관을 타고 나무가 깨어나지 않을까
얼마나 더 아수라를 건너야 아늑한 세상에 가닿을까
내 몸이 나이테와 나이테 사이에 물길을 만들어
내 가슴에 고인 물소리를 울리게
이제 돌아가자
가서 내 안에 어머니시간의 결이
새로운 무늬로 솟아나 가슴 떨리게.(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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