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변산바람꽃을 아시나요
김주혜
바람꽃을 아시나요?
찬바람이 불어야 피는 꽃
수리산 계곡에 눈꽃이 사라지고
겨우내 감싸주던 바위가 눈물을 흘리면
땅에 코를 박고 봐야만 하는
눈물처럼 애처로운 꽃
목을 길게 늘여도 닿지 않는
그리움의 결정체
그 가녀린 숨결 끝에
하늘색 술을 단 상여처럼 하얀 꽃
행여 남의 눈에 띌까
바람 따라 날아와
송글송글 조심스레 피어
눈짓 한 번에 숨통이 끊어지는 꽃
온몸이 마비 된 채 태어나
아홉 살 되던 해 ‘엄 마’ 하고 입을 떼고,
다음 날 ‘아 퍼’ 하고 기쁨 주더니
다음 날 ‘엄 마, 아 퍼’ 하며 하늘꽃이 된 요한이
새파랗게 기다리다 단명하는
수리산 변산 바람꽃을
굳이 보시려거든
발밑을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