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 생활윤리나 미풍양속은 그들의 역사와 전통 속에 흐르는 국민적 실천력에 따라 좌우되었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인간관계의 규범이며 생활 철학의 기본 이념인 동시에 윤리적 근간은 무엇이었는가? 효가 바로 그것이다. 효는 유교사상이 유입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우리나라 고유의 사상이었다.
이미 신라의 세속 5계에 사친이효가 화랑의, 나아가서 백성들의 행동강령으로서 실천 되고 있었음은 아득한 옛날부터 이어온 우리 민족의 생활 윤리요, 실천 윤리로서 등장되었음을 말해준다. 효의 본질은 지성과 진심에 바탕을 둔다. 한 개인의 지성과 진심이 자녀로서 부모에게 향했을 때 효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모를 부모로써 공경하는 경애에 그 바탕을 두면 부모를 잘 봉양하는 일인 것이다.
이것이 좀 더 확대되어 스승과 연장자에 향하는 경우는 공경이 되며, 사회에 향하면 사회정의요, 국가에 행하면 충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은 개인으로서 효를 실천궁행實踐躬行할 때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해 왔고 이러한 윤리적 실천을 근간으로 안정적이며 조화로운 사회를 이룩해 왔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효가 실천윤리로 정착했을 때 민족문화가 꽃피고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의 실천윤리로서의 효는 어떠한가? 해방 이후 서구 물질주의나 개인주의가 파급됨에 따라, 우리의 윤리 질서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적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잘못 받아들여진 자유는 방종으로 변하고 극심한 개인주의는 국가라는 공동체 개념은 물론 가정윤리까지 파괴시켜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윤리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렇듯 윤리질서가 확립되지 않으면 민족 사회 집단, 그리고 가정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 외래문화로는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대두되면서 과거 수천 년 동안 면면히 내려온 윤리 핵심인 경로효친 사상을 현 사회라는 시대적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실천 윤리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시점에 서 있다고 할 것이다.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경로 효친사상인 것이다. 이런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성과 진심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로효친은 실천윤리이기 때문에 진심과 정성이 결여되면 허위와 가식의 순간적 행동으로 그쳐버리기 때문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연장자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것, 이것만이 진정으로 인간된 도리인 것이다. 또한 이런 일 등의 실천에 있어서, 과연 우리는 부모와 우리 주위의 연장자들에게 얼마나 효도하고 얼마나 진심으로 보살펴드렸던가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주위의 작은 일부터 찾아서 하나씩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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