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주홍글씨

주혜1 2013. 11. 5. 18:08

주홍글씨
                      김주혜

간통, 유죄 선고를 받고
숨을 훅 들이키니
누군가 손목을 잡아끌었다
내 입술에서 루즈를 지우고
장신구를 하나씩 떼어냈다
새우처럼 등을 구부려 척추 한가운데
바늘을 꽂고는 내게 명령했다
- 발가락을 움직여 봐.
혈관 속으로 에테르의 방울이 흘러 들어가고
흰 벽이, 천장이, 빙글 돌더니
차가운 공기가
홑이불을 들치고 나를 꺼냈다
개구리를 들고 있었다
아니 개구리가 내 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배를 가르고 오물오물
팔딱이는 숨골을 바늘 끝으로 콕콕 찔러댔다
버둥거리던 개구리 다리가
축 늘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개구리도 눈을 감고 있었다
혈관 속을 흐르는 수액의 수런거림에 눈을 떴다
그리고 그들은 물러났다
주홍글씨를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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