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노스님

주혜1 2014. 5. 6. 19:08

 

 

노스님

 

                  김주혜

 

대웅전 용마루 끝

굽은 노송 한 그루

서별당을 지키고 서 있다

 

노스님 한 분이 앉았던 그 자리

그 그늘에 법어가 깔리고

고무신 한 쌍

하얗게 엎디어 있다

 

햇빛 한 자락

 화엄의 꽃을 피우며

향기에 취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늘 비워두어도 가득차는 마음

향내음 자락과 얼키며

풀 한 포기로 나투시는 임

 

후광처럼 노을이 지고

퍼낼수록 맑게 고이는 샘으로

산그늘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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