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나를 달래는 아름다운 무기/2014,12. 21일자 평화신문

주혜1 2014. 12. 17. 19:03

나의 묵주이야기] 106. 묵주기도, 나를 달래는 아름다운 무기

 

김주혜 비비안나(의정부교구 토평본당)

 

 

 

불교 신자였던 내가 천주교에 입교하게 된 동기 또한 신비였다. 중학생인 큰아들이 갑자기 쓰러져서 응급실에 뉘어 놓고 깜빡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수단을 입으신 신부님을 부르며 ‘신부님, 우리 애가 많이 아파요’ 하면서 따라간 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스님만 부르던 내가 신부님을 부르며 따라간 꿈을 꾼 며칠 후, 나는 두 아들과 함께 가까운 성당을 찾아가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았다.

 

그 이후, 내 손목엔 언제나 팔찌 묵주가, 왼손 검지엔 반지 묵주가 늘 끼워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방마다 묵주가 들어 있다. 모두 선물로 받은 묵주들이다. 수녀님이 직접 만드신 것을 비롯해서 해외 출장길에 아들 며느리들이 사다 주거나, 문우들, 교우들에게서 받은 묵주 등등….

 

그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 서랍 속에 그득하다. 묵주 더미를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사랑스럽다. 그럼에도 성지에 가서 새로운 묵주를 만날 때면 탐을 낸다. 성지에서 산 묵주를 지인에게 선물로 줄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 요즘은 묵주의 형태도 날로 발전하여 장신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쁘기까지 하니 선물로 주거나 받으면 무척 기쁘다.

 

내가 묵주를 선물로 하게 된 계기에는 슬픈 기억이 있다. 세례받은 직후 한 자매가 상아로 된 하얀 묵주를 내 손에 쥐여주며 레지오 입단을 권유하였다. 처음 묵주를 손바닥에 받아들었을 때 모양도 예뻤지만, 묵주 알갱이들이 몸 부딪치는 사그락 달그락 뽀그락거리는 그 보드라운 소리가 어쩌면 그리도 사랑스럽게 들리는지….

 

기도의 도구라기보다는 그저 예쁜 장신구로서 서랍 속에서 서서히 잊혀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묵주를 선물해준 그 자매가 하느님 곁으로 떠날 채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까마득히 잊고 있던 상아 묵주를 꺼냈다. 하느님 사업에 그토록 적극적이며 희생적인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 자매가 젊은 나이에 너무도 쉽게 하느님 곁으로 간 이후에야 레지오에 입단을 하여 그녀를 위해 묵주기도를 올리면서 기도의 맛을 점차 느끼게 되었다. 또한, 교리교사로 봉사하면서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묵주들은 예비신자들에게 기도 방법을 알려주면서 자연히 나눠주게 되는 뿌듯함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묵주는 돌아가신 친정엄마께 물려받은 복숭아 빛깔의 구슬 묵주이다. 개신교 장로인 사촌오빠가 이탈리아 출장길에 엄마를 위해 사 오신 것이라 특별히 아끼셨다. 돌아가시기 전 내게 건네주시던 그 눈빛을 닮은 묵주를 들면 친정어머니의 체온이 전해진다. 나를 위해 흘리신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 묵주알로 변한 것만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다.

 

이처럼 성모님과 함께 묵주기도를 올리는 시간은 고통과 죽음과 외로움에 혼자 서 있는 나를 달래는 무기가 되곤 한다. 요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가르쳐 주신 다섯 손가락 기도 방법으로 묵주기도를 올린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1단을, 가르치고 낫게 하는 사람들을 위해 2단을, 통치하는 사람들을 위해 3단을, 약하고 아픈 사람들과 부부들을 위해 4단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5단을 바치기로 약속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