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시를 위하여
김주혜
한 줄의 시를 위하여
덜커덩거리는 창에서 죽은 사람을 만나
되살릴 수도 있어야 하고
여행 끝에 만난 다람쥐에게도 사랑을 느껴야 한다.
한 줄의 시를 위하여
어떤 몸짓으로 꽃은 피며,
어찌하여 달빛은 잎새마다 얼굴을 다는지
그 추억으로 즐거워야 하며 또 잊어야 한다.
한 줄의 시를 위하여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쓸쓸한 시니피앙이 되어야 하고
우연한 순간에 짙은 에로틱에 녹아야 한다
한 줄의 시를 위하여
떠날 채비를 하는 서쪽하늘,
풀벌레와 돌멩이들,
함께 노래 부르고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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