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주혜1 2013. 12. 7. 13:00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김주혜

 

60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왕오천축국전

유리상자 안, 땀에 쩐 옷자락 30cm를 만나고 온 날

꿈길에서 혜초의 바튼 기침소리를 들었다

 

바람에게 기러기에게 흰구름에게

고국소식 그리며

돌고 돌아 이제야 소원을 풀었건만

 

단돈 은전 오백 냥에 간직해온

프랑스인에게 고마움을 전하기에

아직 내 가슴은 작다

 

30cm만 보라고 한들, 

혜초가 적은 그 숱한 이야기를 모를까

나는 보았다

가려진 그 너머에 쓰인 스님의 화두를

땀과 눈물이 그린 발자국을

 

*'마오쩌둥의 얼음두상’처럼

고작 108개 유리잔의 물로 사라질

너와 나, 그리고 모든 이념들에게

 

고향에 등불은 정녕 없는 것일까.

 

 

         

                                                          *김아타의 작품 마오쩌둥의 얼음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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