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김주혜
60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왕오천축국전
유리상자 안, 땀에 쩐 옷자락 30cm를 만나고 온 날
꿈길에서 혜초의 바튼 기침소리를 들었다
바람에게 기러기에게 흰구름에게
고국소식 그리며
돌고 돌아 이제야 소원을 풀었건만
단돈 은전 오백 냥에 간직해온
프랑스인에게 고마움을 전하기에
아직 내 가슴은 작다
30cm만 보라고 한들,
혜초가 적은 그 숱한 이야기를 모를까
나는 보았다
가려진 그 너머에 쓰인 스님의 화두를
땀과 눈물이 그린 발자국을
*'마오쩌둥의 얼음두상’처럼
고작 108개 유리잔의 물로 사라질
너와 나, 그리고 모든 이념들에게
고향에 등불은 정녕 없는 것일까.
*김아타의 작품 마오쩌둥의 얼음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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