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숲속의 헌책방

주혜1 2015. 3. 5. 10:53
      숲속의 헌책방 김주혜 단양군 적성면 골짜기 숲속의 헌책방에 들어서자 흙과 자갈 바닥에 뒹구는 헌책들 그 사이로 계곡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책 곰팡이 냄새가 왠지 정겹다 청계천변을 누비며 찾아다닌 기억들 밤새워 도란거리던 시간들 모두, 여기서 짓눌리고 멍들고 남루한 채 풍장風葬당하고 있구나 양주동의 여요전주麗謠箋注 유창돈의 이조어사전李朝語辭典 백철의 문학개론文學槪論 90년 내 초기 동인지까지 새록새록 묻어나는 반가운 사람들 함성을 지르며 가슴에 꼭 끌어안는다. 놓쳐버린 내 시간은 어디쯤 묶여 있을까. 숱한 비틀림으로 굽은 내 애잔한 추억처럼 숲속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비좁은 햇살, 그래도 저 책엔 방금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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