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헌책방
김주혜
단양군 적성면 골짜기
숲속의 헌책방에 들어서자
흙과 자갈 바닥에 뒹구는 헌책들
그 사이로 계곡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책 곰팡이 냄새가 왠지 정겹다
청계천변을 누비며 찾아다닌 기억들
밤새워 도란거리던 시간들
모두, 여기서
짓눌리고 멍들고 남루한 채 풍장風葬당하고 있구나
양주동의 여요전주麗謠箋注
유창돈의 이조어사전李朝語辭典
백철의 문학개론文學槪論
90년 내 초기 동인지까지
새록새록 묻어나는 반가운 사람들
함성을 지르며 가슴에 꼭 끌어안는다.
놓쳐버린 내 시간은 어디쯤 묶여 있을까.
숱한 비틀림으로 굽은 내 애잔한 추억처럼
숲속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비좁은 햇살,
그래도 저 책엔 방금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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