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
김주혜
아침에 눈 뜨면 신문 보기가 겁이 난다.
연평도 앞바다가
놀란 가슴을 달래기도 전에
먼 바다에선
애꿎은 갈매기가 가슴을 다치고
잠잠하던 산이 분노하고 대지가 갈라진다
해치가, 스핑크스가 눈 부릅뜨고 지켜도
조류독감이니 미세먼지니 프로포폴이니
듣도 보도 못한
철렁한 단어들이 질펀한 아침이 무섭다
우리 아이들 어쩌나
벌거숭이 붉은 산이었을망정
맑은 물과 신선한 바람이 불던 이 땅에
붉은 물이 흐르고, 황토 바람이 분다
가슴에 작은 시냇물 하나 흐르지 않는
우리 아이들 어쩌나
모래 왕국의 투탕카멘이 웃는다
영원히 눈 감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느냐고
아무래도 이 아침,
고사떡 들고 이집 저집 돌던 시절이 생각나
우리 아이들에게 떡심부름이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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