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런 저런 잡스럽게 하는게 많아서 한동안 적조했어요...(뭐, 원래 런~은 좀 부잡스러워요...ㅋ)
어쨌거나, 오늘은 정말 사랑스러운, 사랑하고픈, 붙잡고 입 맞추고 싶고, 그러다 그냥 이 햇살과 바람 속에서
조용히 죽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럼 봄날 저녁이네요...(머, 그렇다고 '죽고 싶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ㅎ)
부산엔 벌써 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입니다.
벚꽃이 핀 그런 봄밤은 참 이상하기도 하지요...대단히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고,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가슴이 아픕니다...
(흠...나만 그런가...) 아마도 더럽고 추하고 불완전한 삶과 세계의 모습같은 것들이 그런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대비되어
불러일으키는 양가적인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암튼 요새 마음 여유가 별로 없어서, 오늘도 글을 올릴 계획은 없었는데,
퇴근하려고 티맵을 보니 차도 좀 막히는 것 같고, 더 큰 거는, 도저히 이 시 한편 배달해드리지 않고는 배기기 힘든 그런
날씨여서...ㅎ
암튼, 이 시는 어렵지 않아요~
간단히 몇 마디만 덧붙이면,
시적 자아의 어떤 현실적이고 삶에서의 여러 문제들과 대비되는 그런 봄밤 벚꽃길,
정말 '어떤 죄악도 아름다'울 것 같은 그런 몽환적인 분위기,
"깬 소주병으로 긋'지 않으면 뭔가 이프로 부족한 듯한 그런 분위기의 밤,
그는 자신과 어떤 묘한 사연이 있는 것 같은 누군가를 바래다주고,
그리고 내용적으로 보아 일종의 심리적 이별, 그 사람과의 애도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듯 합니다...
암튼 다들 오늘같은 봄밤 잘 누리시기를...
수은등 아래 벚꽃
황지우
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제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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