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수난주일

주혜1 2015. 11. 27. 09:11


수난주일 


                 김주혜


 


주님만찬미사 가는 길


오랜 가뭄으로 마른먼지 뒤집어 쓴


느티나무 둥지 까치소리에도 기운이 없다.


근심 가득한 수난주일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


비 좀 내려주시지요


내 푸념을 들으셨는지


신부님 강론이 시작되자 번개가 천둥을 몰고오더니


무늬목 창 옆구리를 들이받으며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성당 지붕을 강타한다.


어느 오라토리오가 이보다 더 듣기 좋을까


물줄기의 리듬이 리듬을 타고 성당 안에 출렁인다


맹렬하게 꽂히는 빗방울 반주에 맞춰


신부님의 강론도 젖어들고 신자들도 흠씬 젖는다


메마른 산과 들 온갖 꽃과 새


감로수로 달래주시는 주님의 손길


오욕에 찌든 우리 육신의 때도 씻어주시는


기적 같은 선물, 이제


느티나무 둥지  까치소리도 높아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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