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주일
김주혜
주님만찬미사 가는 길
오랜 가뭄으로 마른먼지 뒤집어 쓴
느티나무 둥지 까치소리에도 기운이 없다.
근심 가득한 수난주일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
비 좀 내려주시지요
내 푸념을 들으셨는지
신부님 강론이 시작되자 번개가 천둥을 몰고오더니
무늬목 창 옆구리를 들이받으며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성당 지붕을 강타한다.
어느 오라토리오가 이보다 더 듣기 좋을까
물줄기의 리듬이 리듬을 타고 성당 안에 출렁인다
맹렬하게 꽂히는 빗방울 반주에 맞춰
신부님의 강론도 젖어들고 신자들도 흠씬 젖는다
메마른 산과 들 온갖 꽃과 새
감로수로 달래주시는 주님의 손길
오욕에 찌든 우리 육신의 때도 씻어주시는
기적 같은 선물, 이제
느티나무 둥지 까치소리도 높아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