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픈 이야기

[스크랩] 알다가도 모를 나

주혜1 2017. 3. 12. 18:50



알다가도 모를 나

 

 

이제는 벌써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네요. 젊은 시절 영화 건축학 개론주인공들처럼 마이마이CD 플레이어를 끼고 많이 듣고 부르던 노래 중에 가시나무새’(하덕규 작사·작곡, 조성모 노래)라는 가요가 있었습니다. ‘그때가 아니고 그 이후인가?’ 노래가사 내용이 상당히 시적이고 철학적이어서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려 있습니다.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당신이 쉴 곳 없네

내속엔 헛된 바램들로/당신이 편할 곳 없네

내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당신에 쉴 자리를 뺏고

내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음미할수록 수긍이 가는 가사구절입니다 헤아려보니 참 그렇습니다. 내속에 뭐가 그리 내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때로 태평양보다 더 넓은 마음의 내가 있는가 하면, 때로 송곳 하나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속 좁은 내가 있습니다. 때로 시속 500킬로의 테제베같이 성급한 성격의 내가 있는가하면, 때로 나무늘보보다 더 느긋한 내가 있습니다.

 

 

때로 비단결보다 더 고운 너그러운 천사 같은 내가 있는가 하면, 눈빛이며 얼굴이 무섭고 기괴한 사탄 같은 내가 있습니다. 오늘 비록 내가 천사로 산다할지라도 내일 사탄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우리네 삶입니다.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나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인내 또 인내입니다. 심호흡하고 또 심호흡하는 것입니다.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것입니다. 비우고 또 비우는 것입니다. 수시로 내안의 사탄을 몰아내는 작업입니다

 

 

엑소시스트비슷한 영화들을 보면 라스트신에서는 언제나 연세 지긋하신 노사제가 사탄과의 최후 대결을 위해 마늘과 성수 그리고 십자가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끔찍한 최후의 일전을 벌입니다.

 

 

우리도 내안에 사탄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를 대비해서 늘 준비하고 있어야겠습니다. 그런데 그 준비는 다름 아닌 깨어있음입니다. 말씀 안에 늘 살아있음입니다. 보다 자주 성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시로 사탄아 물러가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안에는 내 평소 모습과는 다른 너무나 다른 또 다른 내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나, 결국 사탄과도 같은 내가 뱀 또아리 틀듯이 틀고 앉아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내 안의 사탄입니다.

 

 

형제적인 진솔한 대화나 부드러운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극단적 감정 대립을 통해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싶은 폭력성이 내 안의 악령입니다. 보편적이고 통상적인 룰이 아니라 편법이나 부정적인 방법을 이용한 지름길 역시 악령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모두에게 선익이 되며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공동체 의식보다는 나 홀로 빛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곧 악령의 얼굴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그저 퍼질러 앉아 울적한 얼굴로 아까운 인생 허송세월하려는 게으른 마음이 곧 또 다른 악령입니다.

 

 

우리는 그런 마음이 들 때 마다 수시로 외쳐야겠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마태오복음 411)

출처 : 천진암
글쓴이 : 양치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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