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는 날
김주혜
창밖에 흰 날개 펼치며 사락사락 손짓하는 천사들에게 인사를 건네면 내 기억은
유년시절 초등학교 담장 너머 주교동 우리 집 골목으로 날아간다. 참 이상한 일이
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내 몸에선 파릇파릇 풋내가 솟아나니. 내게도 꼬
부라진할머니 등 떠밀어 눈사람 만들던 유년이 있었던가. 돌아오지 않을 시간 저
너머의 이름이여. 나와 놀던 천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얀 뼛가루의 흔적만 남
기고 사라진 할머니는 내 기억 속에 얼마나 더 머물 수 있을까. 참 이상한 일이야.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왜 눈송이들이 슬픔처럼 쏟아져 내릴까. 기억 저 편의 이
름들 하나 둘 꽃으로 피어 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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