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꽃들은 엉덩이로 시를 쓴다
김주혜
꽃들은 엉덩이로 시를 써서
저리 예쁜 시어를 만들어 내는가보다
앉은뱅이꽃도, 제비꽃도
빨간 엉덩이끼리,
노란 엉덩이끼리
끼리끼리 엉덩이를 비비대며 시를 쓴다
말라르메도 그랬고
김영랑도 그랬다
그러나 나는 바람만 잔뜩 든 머리로
투덜투덜 갈짓자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