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발송하고 답장을 받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묵묵부답이 태반이다.
시집을 내기까지 참으로 많은 망설임과 용기까지 필요하기도 하고 발송할 땐 노동력도 필요하다.
읽어주셨으면 하고 선정해서 발 송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잘 받았다는 간단한 메시지가 최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주 소수의 시인들은 꼼꼼히 읽고 세세한 표현을 해주는 분이 그리도 고마운지!
해서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 시집이 오면 성의를 다할 거라고
여기,
주경림 시인께서는 훌륭한 품성답게 제 졸시집을 받고
이리 장문의 평을 메일로 보내주시어 여기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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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발간 축하드립니다
주경림 22.12.07 22:41
김주혜 선생님께
『파르티타 6번』을 읽으며 “너의 초록 숨결” “너의 강한 눈빛”(「민들레 꽃차」)으로 한겨울 추위를 견뎌 봅니다.
봄은 위험한 계절이라 스스로 자폐하고 늘 겨울 속에 칩거하던 저에게 「하루만 피는 꽃」-공작선인장은
저에게는 복음입니다.
“미워하는 힘으로 산다”는 첫 행에서 재를 뒤집어쓰고 꺼져가던 불씨 같은 존재감에 불길이 확 당겨졌습니다.
미움이야말로 사랑의 밑거름이며 뿌리로 미움 없는 사랑은 허공 누각이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공작선인장꽃은 너무 화려해서 사납게 생겼다거나 무섭다는 소릴 듣는다지요. 톱날 잎사귀에
갈래갈래의 선홍빛 칼날 꽃잎을 방패처럼 두르고 하루, 아니 한 순간이라도 화르륵 피어나고 싶습니다.
표제시 「파르티타 6번」 에서는 도자기라는 새 입성으로 묻힌 엄마의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추모공원에서
예수가 라자로를 일으켜 세우듯 주술으로라도 그들을 깨우고 싶었다.”는 선생님의 시작 노트에 울컥했습니다.
실은, 이 세상에 함께 하는 가족 일원이 정신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어 소통 부재, 연락 단절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기댈 수밖에 없었던 주술의 신통함은 극약 처방처럼 깜짝 효과가
있었지만 피폐함이 더욱 컸습니다.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그저 간절한 소망일 뿐인 기도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운명 앞에 엎드리는 것이 치유책이었습니다.(시집 축하드리면서 제 이야기를 늘어놓아 죄송해요.)
글렌 굴드의 애절한 선율로 저 세상의 영혼을 애도하며 이 세상의 슬픔을 치유하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선생님의 예술적 안목으로 이룬 미학적 성취가 부럽기만 합니다.
「연잎이 부르는 노래」 「장인 조석진의 경상」 「섬으로 사는 일」-박항률의 「기다림」---등을 여러 번 감탄하며
읽고 공감했습니다. 제가 시아버지와 친정 엄마가 동시에 편찮으셔서 입퇴원을 반복할 때 박승미 선생님께서
힘들고 슬프겠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고 곧 지나가면 차차 괜찮아 질 것이라며 위로해주시더니 제 부모님 보다
훌쩍 먼저 가셨습니다.
「박승미 시인을 추모하며」를 대하니 그리움이 모과 향으로 마음에 가득 고였습니다.
「아침 신문」에 이태원 참사까지 추가되어 세상살이가 더욱 비극적입니다. 고사떡 돌리던 시절이 저희 집에서는
현실입니다 아흔 두 살, 시어머니께서 진두지휘하시는 고사를 음력 10월에 해마다 지냅니다. 안지내면 큰일 나는
줄 아시는 어머님 앞에서 저는 힘들기만 합니다.
“시인의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에 의해 인간의 보편적인 꿈과 슬픔에 대한 애도는 보다 풍요로운 이야기를 창조해
내고 있다.”는 고명수 시인의 해설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큰 축하를 드립니다.
기다림으로 커져 “지상에서 날개를 들어올리지 못하는” 「슴새」가 우주의 큰 바람을 만나 비상하는 눈부신 날갯짓을
보았습니다.
제게도 충일한 슬픔과 그리움을 불러 일으켜주셔 그 힘으로 살아가게 시로 격려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2022. 12. 7.
주경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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