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예술에 대한...

주혜1 2024. 11. 14. 08:25

예술에 대한 놀라운 몰이해
                        조광호 신부  

우리는 전시장에서 아주 낯설지 않은 현상을 만난다. 추상 표현적인 그림 앞에서 “저기 있는 황소 대가리 같은 검은 색채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 저기 저 비틀어서 있는 사람은 왜 닭대가리 위에 서 있나요”하고 질문하는 사람들 앞에 당황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한강의 소설에 대하여 세상이 보는 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 싫어하고 헐뜯으며, 그 수상이 슬프고 부끄럽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느 편에서 서 그 이론을 전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내가 ‘슬프고 부끄러운 것’은 예술에 대한 놀라운 무지와 몰이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 대한 것이다.

예술은 사물에 대한 심미적 경험을 통해 근원적 의미를 재구성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다른 실재를 상상력으로 재수용하는 경험이다.

사물 하나 안에 또 다른 사물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 인식의 확장과 심층화로써 표현하는 것이 곧 예술이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두고 그 의미를 왜곡하거나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은, 예술에 대한 몰이해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선정적인 성적 묘사를 두고 마치 외설로 치부하여 어린이들과 미성년자들에게 금서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예술의 상징 체계를 무시하고, 문자 그대로만 이해하려 하며 이를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는 시도들은 단지 개인적 오해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반응이 세상의 걱정을 대신하는 듯 우려하는 목소리로 표현될 때, 문화적 무지와 오해가 더 깊은 문제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비판이 종종 열성적인 기독교 신자들한테서 나온다는 점이다.

하기야 성서를 자구적으로 해석하여 한 자 한 획 모두가 하느님 말씀임으로 믿는 사람들 앞에 할 말이 없지만 만약 그들이 예술적 은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구약성경의 성적 묘사나 폭력적인 표현들 또한 금서로 여겨야 할 것이다.

구약 시편의 탄식과 격정은 시적 은유로 점철되어 있지만, 이러한 예술적·시적 사고와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성경조차 예외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예술과 시적 사고의 훈련, 그리고 이를 이해하려는 교육이 부재한 사회에서 종종 나타나는 이러한 몰이해는 ‘문화강국’을 자랑하는 국가의 참으로 부끄러운 이면이 아닐 수 없다.

세계 문화를 선도한다고 자찬하는 이들이 보여주는 유치하고 미숙한 문화 의식은, 예술을 향한 더 깊은 이해와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예술작품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는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특정 작품을 도덕적 기준에 따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금서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신중한 재고가 필요하다.

예술은 인간 경험의 깊이와 복잡성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인간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하고 성찰하게 한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평가할 때는, 단지 외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 심오한 의미를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예술작품에 접근할 때, 이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도덕적 잣대로만 제한한다면, 많은 고전 예술작품은 물론 성경마저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구약성경에는 성적인 스캔들이나 폭력적인 묘사가 많다.

시편에서는 인류의 비극과 고통을 강렬한 시적 은유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을 단지 문자 그대로만 본다면 청소년에게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는 예술과 종교의 근본적 메시지를 왜곡하는 행위일 뿐이다.

문화 비평의 입장에서 예술을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예술작품이 단순히 도덕적 규범을 넘어서 우리에게 제공하는 인식의 확장과 통찰일 것이다.

예술은 일차원적인 해석을 넘어서, 우리의 인식을 심화하고 사유의 폭을 넓히며, 인간의 본질을 직시하게 한다.

‘문화강국’을 자부하는 국민에게 문학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문화 교육은 어디서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림
homo turbatus *콘테드로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