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대한 명상
ㅡ손, 인간 문화의 총화
지난주 미국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 한국인 기술자들이 체포되었다.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경우로 처음 당한 것은 다름 아닌 두 손이 묶이는 일이었다.
평생 무언가를 만들고 고치며 창조하는 데 쓰였던 손이 하루아침에 무력하게 묶여 있는 모습은, 인간 존재 전체가 짓밟히는 장면처럼 다가왔다.
묵시적 허락으로 그들의 일을 도우려는 그들은
노예사냥 하듯 묶여 며칠 옥고를 치렀다
손은 자유의 상징인데,
그 손이 묶이는 순간 인간은 존재론적 굴욕을 겪는다.
그 영상을 떠올리며 문득 내 손을 내려다본다.
많은 작업으로 손가락 마디가 닳아 통증이 심한 내손을 바라본다.
손은 침묵 속에서도 큰 목소리로 지나온 삶을 증언한다.
어쩌면 손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이고, 스스로 기록된 저장 장치이며, 또 하나의 얼굴이다.
얼굴이 세월의 표정을 담듯, 손은 삶의 역사와 사랑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한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하느님과 아담 사이에 놓인 손가락 끝의 틈새를 주목 해 보자
그 틈새의 기장 된 간극이 바로 이 그림의 중심이다.
그리고 이 간극은 인류 전체의 운명이 담겨있다.
하느님의 손은 생명을 불러내는 확신의 손이고, 아담의 손은 힘없이 늘어져 있지만, 바로 그 연약함이 은총이 스며드는 자리가 된다.
아담의 무럭하고 연약한 손의 모습은 오히려 하느님의 숨결이 깃드는 틈이다.
로댕의 「대성당」은 또 다른 손의 신학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두 손이 닿을 듯 닿지 않은 채 마주할 때, 그 사이에 생겨나는 공간은 공허가 아니라 성전이다.
인간이 서로의 신비를 침해하지 않고 존중하며 만날 때, 그 틈새에 하느님이 현존하신다.
우리는 손을 내밀어 서로를 맞잡을 때. 인간이 이룰 수 있고, 가능한
모든것을 동원하여 만든 성채가 된다
예수님의 손은 구원의 극치였다.
목수의 손으로 나무를 만지고, 병든 이를 어루만지고, 빵을 떼어주던 그 손. 그러나 십자가 위에서 못 자국이 새겨진 손은 더 이상 어떤 기적도 행할 수 없는 무력한 손이었으나, 바로 그 상처받은 손이 인류를 구원해내는 손이되었다.
상처는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사랑의 증거였다. 부활하신 주님은 도마에게 그 손을 보여주시며, 고통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손은 인류 문화의 총화다.
직립 보행으로 자유로워진 손은 도구를 만들었고, 불을 다루었으며, 문명을 열었다.
돌도끼를 쥐던 손은 문명의 시작이 되었고, 벽화에 손바닥을 찍던 손은 인류 최초의 서명을 남겼다.
손짓은 언어 이전의 소통이었고, 축복과 맹세도 손으로 전해졌다.
제의의 손길은 인간과 초월을 이어주었고, 글자를 새긴 손은 역사를 기록했다.
손은 단순한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문화와 신앙, 공동체와 예술의 기원을 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인간의 모든 손이 하나같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지문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한 표식이고, 손금 또한 각자 다른 길을 걷는다.
이는 하느님께서 각 사람 안에 새겨주신 고유한 서명이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도구를 잡아도 내 손의 흔적은 결코 다른 이와 같지 않다.
우리의 손바닥에는 하느님의 창조가 새겨져 있고, 지문 하나하나가 “너는 유일하다”는 선언을 말해준다.
죽음의 순간, 우리는 결국 빈손이 된다.
인간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
그러나 그것은 상실이 아니라 완성이다.
우리가 평생 빌려 쓰던 손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순간, 우리의 모든 수고와 사랑은 그분의 손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예수님이 못 자국 난 손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의 닳고 상처받은 손도 새로운 영광 속에서 다시 빛날 것이다.
손은 인간 역사와 문화를 집약한 총화이자, 하느님께 닿는 가장 거룩한 언어이다.
그리고 그 손끝에서 인류의 내일도, 하느님의 영원도 시작된다.
아침마다 바라보는 손
마디 마디 붓고 굵어진 내 손을
바라보니 지난 세월
내 삶의 지형도가 마른 산하처럼 험하고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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