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마음놓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가정이다
사람은 평생을 더 나은 삶을 향해, 더 깊은 의미를 향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자기 자리’를 찾아 세상의 가장 먼 곳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서양의 한 오래된 말처럼,
"사람은 결국 온 세상을 돌아
다시 가정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모든 것을 얻는다."
우리가 찾던 것은
어쩌면 ‘무엇’이 아니라
‘어디’였는지도 모른다.
돌아갈 수 있는 곳.
아무 설명 없이도 받아들여지는 자리. 성과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리는 곳.
“무엇을 해냈니?”가 아니라 언제나
“잘 왔구나.”라고 말해 주는 곳이 가정이 되어야한다.
인간은 결국,
그런 한마디를 향해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전 뉴스 속 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
어둠 속에서 얼굴을 가린 채
갓난아이를 어느 시설 앞에 내려놓고
조용히 사라지는 한 여인의 뒷모습.
그 장면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어머니도 저럴 수 있었을까?’
그 대답은 ' 아니었다.'
그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버리고 도망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에게 어머니란,떠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인의 삶을 누가 감히 판단할 수 있을까.
그녀 또한 누군가의 딸이었고,
한때는 돌아갈 집이 있었을 것이다.
삶은 때로 인간을
감당할 수 없는 선택 앞에 세운다.
오늘의 아이들은
배고프지 않고, 배울 수 있으며, 보호받는다.
그러나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돌봄의 양이 아니라
존재가 온전히 받아들여진다는 감각이다.
심장의 미세한 떨림,
체온이 전해지는 품,
눈을 마주치는 침묵,
아무 말 없이 곁에 머무는 시간.
그러나 오늘의 사회는
돌봄을 분업하고,
사랑을 관리하며,
시간마저 성과로 계산한다.
아이들은 자라지만
마음은 비어 간다.
그래서 어느 날 이렇게 묻는다.
“왜 나는 늘 불안할까요?”
“왜 사람들은 나를 떠날 것 같을까요?”
어쩌면 답은 단순하다.
충분히 받아들여진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사도 바오로는 말한다.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콜로 3,21)
우리는 자주 묻는다.
“왜 못 했니?”
“몇 등이야?”
그러나 거의 묻지 않는다.
“오늘은 괜찮았니?”
“많이 힘들었지?”
“그냥 네가 있어서 고마워.”
아이의 영혼은
그 말들 속에서 숨을 쉰다.
사랑은 모든 것을 허락하는 방임이 아니다.
그러나 통제와 무관심 사이에서
한 사람을 인격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녀를 들볶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속도로 자라도록
기다려 줄 용기를 갖는 일이다.
넘어질 수 있도록 허락하고,
다시 일어설 자리를 남겨 두는 일이다.
가톨릭 교회는 가정을 ‘작은 교회(Ecclesia Domestica)’라 부른다.
교회는 성당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식탁에서,잠자리에서,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순간에 시작된다.
“가정은 인간적이고그리스도교적인 덕이
처음으로 배워지는 학교이다.”
— 사목헌장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완벽한 가정은 없다.
그러나 사랑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은총의 자리다.”
가정은 완벽해서 거룩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연약하기 때문에
하느님이 머무르신다.
가정은 성취의 공간이 아니라
머무름의 자리다.
서로의 부족함을 견디고,
용서를 배우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곳. 그곳이 가정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완벽을 요구하지 않으신다.
다만 떠나지 않기를 바라신다.
세상이 무너져도
가정이 남아 있다면
인간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가정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다만, 받아주는 사랑이 머무르면 된다. 그 사랑 안에서 우리는
다시 숨 쉬고,
다시 믿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서로를 받아줄 수 있다면,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위대한 일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돌아오라는 것이다.
집으로.
네가 있어야 할 자리로.
가정은 인간이 처음 배우는 사랑이며, 하느님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리다.
“돌아오너라.”
그 부름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언제나,
가정에서 시작된다.
이 땅에서 하느님 품처럼
언제나 편히 돌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가정이어야 한다.
한 나라의 기초는 가정에 달려있다
한 사회의 건강한 행복은 건강한 가정이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세상에서의 모든 불행 , 어쩌면
가장 큰 불행은 가정이 파괴 된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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