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억지정(雪憶之庭)
ㅡ눈처럼 조용히 내려앉은
기억의 뜰.
오늘은
또 한 해가 저무는 날
눈이 내린다
펑 펑 함박눈이 내린다
잿빛 도심도
눈 속에 엎디어 고요하다
눈이 내리면 잠시
세상이 변하고
동화 속 같은
하얀 설레임이
기억의 창을 연다
가난하고
배고픈 유년시절
아침에 눈을뜨니
동창이 유난히 밝았다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간 밤에 눈이
키를 넘도록 내렸다
사위가 유난히
밝고 고요했다
부엌에서 숫가락 놓는
소리가 들렸다
"얘야 어서 일어나
눈 구경해라
ㅡ어서 세수하고 밥먹자*
어머니 목소리가
눈 속에 묻혀 유난히 포근했다
어인 일인가
그 어머니 목소리가
70 성상
하늘 땅 너머 온
ㅡ그 낯익은 목소리가
흰 눈보라 속에
오늘다시
내 귓전에
아련하다
그렇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어머니는 하늘나라에 계시고
나도 준비 중이다
잠시 왔다 가는 세상
그 때도 지금도
눈이 내린다
돌아 보니
한 생애도
찰라 지척
창밖에
눈쌓이는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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