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 있는 그림 김주혜 백지 위에 무심코 선을 그었다. 그냥 그리다 보니 나무가 되었고 나무를 그리다 보니 그 아래 시냇물이 흘러야 했다. 그 물속에 자갈이 있어야 했으며 자갈 틈새로 피라미들이 놀아야 했다. 물굽이를 끼고 돌아 금간 돌틈에서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조막손이 손등을 자꾸자꾸 미끄러지는 공기들 아이들은 빈 공기를 움켜쥐고 또 쥐고 무감동한 하늘이 작고 그늘진 수초 위에서 웃고 있다 그 웃음 속으로 결국, 저벅저벅 끌려 들어가고마는 그림 속의 시냇물은, 나무들은, 그리고 아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득해지고 내가 그린 그림에는 하얀 선들이 열 십자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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