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아버지별.8 - 할미꽃

주혜1 2006. 11. 21. 10:25
아버지별.8
              - 할미꽃
 
 아버지는 내가 갈 때마다
늘 새로운 걸 보여 주신다.
        싸리나무 한그루를 키우시어
마당을 쓸 때마다 생각나게 하시고
청띠 신선나비와 사슴벌레 한 쌍은
멋진 박제로 남아
간간이 산속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하늘 닿을 듯 높은 산을 올려다보며
나는 올해는 어떤 걸로 나를 반기시려나
철없는 아이처럼 칭얼대며 아버지 집 앞에 다다르니
키 작은 상수리나무 열매가
제 먼저 알아보고 숨바꼭질 하잰다.
못 보던 야생화는 짙은 화장을 하고 헤프게 웃고 있다.
'아버지는-?' 가늘게 눈 흘길 때 '
옛다.'
하며 발 밑에 던져 주시는 꽃을 보고
나는 왈칵 눈물이 솟았다.
보송송한 수염속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자줏빛 할미꽃.
아버지는 나를 기다리시느라
목이 아프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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