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별. 9
-은사시나무
아침에 일어나면 그는 정강이 한 부분을 꾹 눌러 눌러 본
다. 손자국을 남기고 움푹 들어간 생의 한 부분인 그곳에
공허가 맴돈다.(선생짓 서툴게 하려거든 작파해뿌려!) 일
자무식 할머니의 음성이 지친 그를 일으켜 세우지만 않았
더라도 그는 소 키우고 염소 젖 짜며 하루 종일 삼국지나
보며 살았을 거다. 중간쯤 뒤틀린 나무,뿌리부터 병든 나
무, 가슴에 못이 박힌 나무, 틈만 있으면 새 가지를 뻗는
나무...... 끈질긴 잡목들에게 목이 조이고, 쌓아 논 돌
무더기에 뒤통수를 얻어맞으면서도 그는 황소바람을 일으
키며 해 지는 초원 끝에 서서 휘청거리는 발목에 힘을 주
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친 그의 파리한 등줄기
로 해충이 알을 슬고 있는 한 그루 은사시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별.11- 타,타,타 (0) | 2006.11.24 |
---|---|
아버지별.10 -배밭 (0) | 2006.11.24 |
아버지별.8 - 할미꽃 (0) | 2006.11.21 |
아버지별.7 -아버지 일기 (0) | 2006.11.21 |
[스크랩] 꽃눈 (0) | 2006.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