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아버지별.10 -배밭

주혜1 2006. 11. 24. 15:01

 

아버지별.10

           -배밭

 

 

올해도 어김없이
아버지 찾느라 아우성들이에요
이 가지 저 가지마다 퉁퉁 부은 얼굴 내밀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아요
돌덩이처럼 단단한 속에서
달고 시원한 물이 뚝둑 넘쳐흐르면
아버지를 꼭 닮았다고 했었지요
한없이 약하고 여리신 그 속내를요
아세요? 올해가 팔순이셔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하시더니
가지마다 탐스럽게 열린 얼굴들이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누렇게 삭아버린 이 그리움의 껍질은요
큰애, 작은애 셋째......
하나하나 어루만지고 감싸시던
그 손길을 이제야 조금은 알 듯도 합니다만
아버지 떠난 후 달디단 배들이
눈물조차 말라붙어 돌배가 되었으니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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