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아버지별.18 -뿌리

주혜1 2006. 11. 24. 15:12
 
아버지별.18
         -뿌리
 

쓰러질 것 같다
저 산이, 나무가,
매캐한 현기증에 이마를 동여매고
알콜보다 독한 빗물에
벌겋게 달아오른 저 볼이 안쓰럽다
숨바꼭질하던 산새들도
질겁을 하고 떠난 산등성이
물이 좋으면 계곡을 파헤치고
돌이 좋으면 통째로 들어가버린
저 산이, 나무가
쓰러질 듯 기울고 있다
그러나 보아라
소나무 잣나무의 아들
그 아들의 아들들이
모진 비바람, 끈질긴 시달림에도
상처난 손과 손
짓무른 어깨와 어깨를 껴안으며
산비탈 바위너럭에서
단단히 단단히 뿌리르 내리고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