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아버지별.15- 사슴풍뎅이

주혜1 2006. 11. 24. 15:07
아버지별.15
                  -사슴풍뎅이

 

 광릉 숲속에서 사슴풍뎅이를 보았다. 투명한 밤색 뿔
이 마치 뱃머리처럼 휘어졌고, 찌르찌륵 짝짓기를 하다
뿔을 들어 허공을 바라보는 그 눈이 오래비를 닮아 있
었다. 불쌍한 오래비. 물대접에 젓가락을 담고 노 젓는
시늉을 즐겨 했다던 신동 오래비를 잃고, 어머니는 나
팔꽃처럼 오므라들었다. 아궁이의 불꽃은 시야를 어지
럽혔다. 잊어버리세요, 어머니. 오래비 잡아먹고 너는
뭐 될래? 나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난다. 기집애 동생만
여덟이나 보다니. 어머니의 눈에는 먼지와 나무가루가
소용돌이친다. 나 때문에 대가 끊긴 우리 집의 짐을 벗
기 위해서 나는 평생을 어머니 어깨 위의 어둠을 걷어
내야만 했다. 찌르찌륵 사슴풍뎅이는 짝짓기를 끝내고
붕붕 어디론가 사라져 가고 있다. 나팔꽃이 활짝 피어
있는 새벽에.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별.17- 흑백필름  (0) 2006.11.24
아버지별. 16 -산철쭉  (0) 2006.11.24
아버지별.14-굴뚝새  (0) 2006.11.24
아버지별.13 -생인손  (0) 2006.11.24
아버지별.12 -느티나무  (0) 200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