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별.16
-산철쭉
김주혜
삼촌이 돌아가신 후 작은 집엔 사고가 자주 터졌다.큰오빠는 한쪽 눈이 멀었고 가운데는 손가락을 잘렸고 막내는 홀연히 집을 나갔다. 숙모는 물기 빠진 무말랭이처럼 새들새들 삭아가고 있었다. 무덤을 파야 혀. 사람들은 수군댔다. 벌써 재가 되었을 사람이 무신 해코지를 하누. 짓무른 눈가를 훔치며 숙모는 뼈라도 만져보고 싶다며 산을 따라 올랐다. 삼촌의 큰 체구가 펄쩍 펄쩍 뛰며 소름 끼치도록 고통스러워 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사람이 죽으면 들짐승이 되어 산에 살 것만 갔았다. 무덤을 파헤치는 동안 산은 움직이지도 않고 서슬 푸르게 서서 희고 붉은 철쭉들을 새파랗게 질리게 했다. 오줌 마려워 숙모. 야는 왜 삼촌한테 올 때마다 오줌이 마렵누. 숙모는 치마를 넓게 펴서 나를 가려 주었다. 내가 쭈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며 숙모를 올려다보는 순간 나는 철쭉 사이로 삼촌을 본 것 같았다. 아니 이게 웬일이여. 삽질하던 사람들이 눈을 돌리고 숙모는 혼비백산 나뒹굴었다. 삼촌은 죽은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살점 하나 흩어지지 않은 채 온몸이 물에 부어 팅팅 살까지 쪄 있었다. 눈을 뜬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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