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아버지별.17- 흑백필름

주혜1 2006. 11. 24. 15:10
 

아버지별.17

           -흑백필름

 

 

프레임 안으로 노인 하나 걸어온다
반쯤 걷어 올린 모시 적삼 사이로
나무들이 거꾸로 서서
시들어 가는 노인의 허리를 받쳐 주고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허름한 고옥
노인이 도투마리에 모시를 감는다
삼백예순 날 돌고 돌던 말뚝에
육백사십 올 눈썹끈 매달고
찰캉찰캉 속울음 울며.

소리내어 부르지 못하고
올려다본다. 하늘을
길 잃은 고양이 노인 발밑에 누워
올려다본다. 그를
해는 산 너머로 가고
그의 등뒤엔 얼룩만 길게 남아 있다.

서둑러 셔터를 누른다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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