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바꾸기
나는 요즘 애인을 바꿨다
툴툴거리기나 하고 툭하면 소리나 지르는
옛 애인을 버리고
새 애인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눈부신 남자!
백색의 와이셔츠가 아주 잘 어울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가만 구두에선 구름도 머물다 갈 것 같았다
그는 참을성도 수준급이다
밤새도록 나를 기다리면서도 짜증 한 번 부리지 않고
윙크부터 하며 숨막힌 포옹을 해 온다
그의 열정에 달한 숨소리를 귓가에 들으며
가볍게 그의 손을 잡으면
그는 어김없이 내 허리를 바싹 조여온다
손을 맡기고, 가슴을 맡긴 채
나는 조용히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그는 기분 좋게 소리 없이 출렁이며
알레그로로, 안단테로, 때로는 피아니시모로
내 영혼의 갈증을 적셔준다
그의 품은 넓고 아늑하다
그에게선 물씬 밤꽃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의 가슴에 안겨 온몸을 애무 받으며
나는 서서히 오르가즘에 이른다
그는 나를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고
나는 그가 있어 이 세상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