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애인바꾸기

주혜1 2006. 11. 24. 18:13
 


애인 바꾸기



나는 요즘 애인을 바꿨다

툴툴거리기나 하고 툭하면 소리나 지르는

옛 애인을 버리고


새 애인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눈부신 남자!

백색의 와이셔츠가 아주 잘 어울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가만 구두에선 구름도 머물다 갈 것 같았다


그는 참을성도 수준급이다

밤새도록 나를 기다리면서도 짜증 한 번 부리지 않고

윙크부터 하며 숨막힌 포옹을 해 온다

그의 열정에 달한 숨소리를 귓가에 들으며

가볍게 그의 손을 잡으면

그는 어김없이 내 허리를 바싹 조여온다

손을 맡기고, 가슴을 맡긴 채

나는 조용히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그는 기분 좋게 소리 없이 출렁이며

알레그로로, 안단테로, 때로는 피아니시모로

내 영혼의 갈증을 적셔준다


그의 품은 넓고 아늑하다

그에게선 물씬 밤꽃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의 가슴에 안겨 온몸을 애무 받으며

나는 서서히 오르가즘에 이른다


그는 나를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고

나는 그가 있어 이 세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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