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사랑
김주혜
말라버렸다. 혈관 속을 흐르는 붉은피톨의 따뜻함도
동공 속을 떠다니던 시린 얼굴도, 가슴을 쓸어내리던
얼음 조각도 모두 사막의 모래가루에 뒤덮여 버렸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다짐했건만 어쩌자고 제
몸속의 물방울들을 죄다 쏟아주고 사방이 막힌 방안에
갇혀 하늘로 삿대질만 해대고 있나. 잊을 만하면 모래
한 줌 뿌리고 도망가는 사랑아. 한 번씩 휘돌아가는
어지럼증에도 펄펄 끓고 있는 뜨거운 발림에는 어쩔 수
없이 마른 가시바늘이 되어 제 가슴 찌르고 있구나.
마른하늘에 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