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선인장 사랑

주혜1 2006. 11. 24. 18:15
 


  선인장사랑

 

                                 김주혜

                                          

 말라버렸다. 혈관 속을 흐르는 붉은피톨의 따뜻함도

동공 속을 떠다니던 시린 얼굴도, 가슴을 쓸어내리던

얼음 조각도 모두 사막의 모래가루에 뒤덮여 버렸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다짐했건만 어쩌자고 제

속의 물방울들을 죄다 쏟아주고 사방이 막힌 방안에

갇혀 하늘로 삿대질만 해대고 있나. 잊을 만하면 모래

한 줌 뿌리고 도망가는 사랑아. 한 번씩 휘돌아가는

어지럼증에도 펄펄 끓고 있는 뜨거운 발림에는 어쩔 수

없이 마른 가시바늘이 되어 제 가슴 찌르고 있구나.

마른하늘에 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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