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주혜1 2006. 11. 24. 18:14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비가 온다. 물방울들은 부드러움과 매끄러움 그리고 카리스마를 갖추고 주위를 끌어당긴다. 12개의 바이올린이 흐느끼기 시작하자 빗소리를 축으로 한 첼로가 한 줌의 흙이 되어 아스러질 몸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며 오열하자 내 귓불에 엉켜있던 음파들이 머리를 풀고 뺨이며, 가슴이며 자궁 속을 돌아다니며 비릿하고 촉촉한 물길을 만든다. 물길은 점차 고음으로 빨라지고, 위험수위를 넘어 목젖까지 출렁거린다. 이쯤에서 눈을 감자. 온몸의 피와 에너지들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한곳으로 모인다. 우윳빛 하늘이 뿌옇게 내려앉는 텔레만을 듣는 새벽*.    * 김갑수의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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