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스크랩] 낙화

주혜1 2007. 4. 11. 21:57

    낙화 김주혜 너와 내가 만났다는 건 지구의 한 귀퉁이를 슬쩍 건드리는 일이나 내겐 역사의 바람이 머무는 일 날줄과 씨줄이 바뀌고, 천지가 갈라져 고름이 철철 흐르는 일 고이고이 접힌 세월의 한자락을 펼치면 동부새가 불어 언 땅을 녹이고 바닷물이 바위를 깨부수는 일만큼이나 크고 의미 있는 일 더듬이처럼 두 귀를 세우고 온몸의 신경세포를 쫑긋거려도 더 이상 들려오는 메시지가 없는 길목까지 눈물 지르밟고 돌아오는 일 어떻게 알려야 하나 그 가슴 저리고 훈훈한 한때를 평생 흰옷만 입고 입 다문 디킨슨처럼 사랑을 잃고 나는 쓰는 일*.

출처 : 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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