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황소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한 밭둑을
주렁주렁 장신구를 달고
덕지덕지 분칠을 한 내가
봄 햇살 좋은 밭두렁을 지나며
코를 움켜쥔다.
내 몸 구석구석엔 썩지 못한 것들로 가득차
입을 열 때마다
칼이 되어 파랗게 날 세우고 달려나오는가 하면
정신 못 차리게 독한 냄새를 피우기도 하며
가야 할 곳도, 머물어야 할 곳도
분간하지 못한 채 풀썩풀썩 먼지만 일으키고 있는 나,
그러나, 잘 썩은 이 내음
더 이상 썩을 게 없는,
이제 곧 많은 결실의 산실이 될,
붉은 황토 위에 빛을 발하고 있는
두엄을 위해 심호흡을 길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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