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묵상

주혜1 2007. 4. 26. 15:50
참깨를 볶는데 초인종소리가 길게 들렸다. 현관을 열어보니 보따리를 머리에 인 할머니 한 분이 다리를 쩔뚝이며 들어선다. 보따리를 내려놓자마자 신세한탄부터 늘어놓는다.시집간 딸네 집에 왔는데 손자녀석 과자라도 사주려고...중언부언. 들어보나마나 뻔한 거짓말. 한두 번 속은 내가 아니다. 안 사요. 어제 샀어요.할머니 등을 떠다밀다시피 내몰고는 현관문을 쾅. 다시 깨를 볶는데 깨알들이 이리저리 튕겨져나간다. 매몰찬 것 같으니, 사정이야기 들어보지도 않구, 그 꼬부랑 노인네를 그냥 보내? 따끔따끔... 얼굴이며, 가슴팍이며 사정없이 찔러댄다.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가 할머니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절뚝이며 멀리까지 가지 못했을 텐데 두리번두리번..그러나 이미 할머니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혹, 하느님이셨을까? 어떤 모습으로든 오신다 했는데.....묵주알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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