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을 때는 시계를 본다

주혜1 2007. 4. 26. 15:52
지금, 내 시계는 태엽이 풀려있다.

아니, 스스로를 거부하고 있다

두 개의 바늘은 비뚤어진 소리를 내며

서로 맞물려 있다

그것은 금빛의 벌처럼 몸을 떨며
아직 다하지 못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조용해라, 삐죽거리는 입을 틀어막고

천천히 시간의 옷을 벗겨내고

땀내나고, 얼룩진 그 속웃부터 털어낸다

비틀거리거나 우두둑 소리를 내서도 안 된다

스스로 파놓은 거푸집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고집하는 그 쓰디쓴

쓸개도 떼어낸다

떨어져나간 시간들이 재깍대며

눈꺼풀을 내리누른다

내 시간은 지금 과거에 머물고 있고

시계를 망가뜨릴 때마다 나는

지나온 시간들을 만지작거리며

불면의 그 깊은 상처들을

새살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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