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산 물고기 한 마리를 욕조에 풀어놓았다
놈은 낚시바늘을 입에 꽂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튕겨져나온 회색빛 눈망울을 굴리며
부르튼 입술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놈은 함성을 지르고 싶은 것을 참고 있음이 분명했다
비틀거리면서도 내 손을 거칠게 뿌리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내버려둔다(제깐놈이 별 수 있을라구?)
놈은 미친 듯이 속력을 낸다
내 눈은 똑같은 속도로 따라간다
놈은 마치 꺽을 수 없는 냉정함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것 같다
내가 다가가자 놈은 다시 사나운 자세로 몸을 떨며
물 밖으로 튀어오른다
완전히 지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너와 나 모두)
(90년 민족과 문학 가을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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