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침묵

주혜1 2007. 4. 26. 16:13
침묵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육교 밑에 침묵이 있었다.
양말도 신지 않은 채
다리를 길게 뻗고
흰 천을 뒤집어 쓴 침묵.
이미 몇 동강이가 되어
흩어지고, 부서지고, 일그러지고
툭툭 터져 나간 육체를 짓누르고
낄낄 웃고 서있는 침묵.
사는 게 지겨워지면 곧잘
생각해 본 평화가 저것일까.
발끝에 채인 돌멩이가
데구루루 배꼽을 잡는다.
저 머리 속에 들어있던 내 어둠
저 껍질 속에 꿈틀거리던 내 뜨거움 들이
벌겋게 상기되어 흐느적거리다
한 쪽으로 밀린 운동화 짝 위로
퍽 하며 엎어진다.
돌아오라.
이제 저것은 네 것이 아니다.
손바닥 안에서
묵주 알갱이들이 몸비비며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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