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산이 황소가 되고 황소가 산이 되는 그림

주혜1 2007. 4. 26. 16:37
 

허공, 그 한귀퉁이 구룸위에 그림을 그린다
붓도 잡기 전에 손끝에서 푸석푸석 먼지가 날린다
육천 마디의 뼈마디가 허물어진다
잿빛 너무들이
하늘의 늪에 빠진다.
토막토막 잘려나가는 하늘
푸른 상처는 강이 된다
한손으로 턱을 괴고
한 마리 황소를 그린다
허공을 향해 입벌려 소리지르고 있는 그 곁에
아무렇게나 내가, 황소가,
산이 된다
산이 황소가 된다.
끝이 뭉툭히 잘려나간 붓으로 짓이겨 버린다

펑퍼짐한 허리께로 뭉클한 햇살이
부서지며, 온갖 잡스런 때를 한 겹 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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