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장승

주혜1 2010. 12. 6. 10:01

 

 

장승

 

                  김주혜

 

그이 몸에서는 싱그러운 도끼날 냄새가 난다

소나무, 솔이파리, 솔방울들 모두 쳐내린 그 시퍼런 빛이 보인다

가슴에는 알쏭달쏭한 상형문자를 박고

퉁방구리눈으로 듬성듬성난 이빨을 내보이며 위엄을 부린다

관까지 쓰고 있다. 낡아빠진.....

빛바랜 관은 곰팡이가 슬어, 내려서고 싶어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하얗게 눈을 흘긴다

누가 그를 이곳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는지

그는 기억에도 없다.

그는 소리없는 세계에 산다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를 닮은 영혼들의 기도소리뿐이다

그의 발치께에 구르다 박힌 돌 하나가 돌을 부른다

하나 둘 모인 돌들이 무등을 타고 올라온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올수록 그이 몸에서는 송화가루가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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