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스크랩] [ Sunset -5 ] 일 몰 / 김주혜

주혜1 2011. 1. 24. 00:07




Sunset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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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몰
  
                          - 김주혜 -  
 
강이 먼저 주홍빛 자리를 편다
서서히 주저앉는 그를 지켜보는 일은 잔인하다
폭발적인 힘을 가진 그가 저렇듯 약해지다니
지저귀던 새들도 둥지를 튼 지 오래
하나둘씩 켜지는 등불 아래 그는
눈부시도록 위대한 준비를 한다
황금빛 강 사이로 붉은 길을 열고
흰 무명 바지저고리 살포시 여미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듯
힘겨운 이별 숨을 몰아쉰다
시체처럼 꼼짝 않는 내 어깨를 도닥이며
처음부터 나는 혼자였노라고
주는 것밖에 할 줄 모르던 그가
가져가는 게 많아 미안하단다
내가 그의 곁에 오래 머물 수가 없을 정도로.
그는 위대했다. 다만,
외로운 생의 전부를 토해놓느라
잠시 숨가쁠 뿐인 그를
바라보는 강물이 더 아파하는
거추장스런 허물을 벗는
찬란한 의식.



2010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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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길벗사랑방<경기여고동문모임>
글쓴이 : 이기우54 원글보기
메모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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